다면평가에 대한 연수를 받은 후 정량평가 기준표와 증빙자료, 실적평가서를 제출하라는 전체 메시지가 왔다. 다면평가의 대상자는 정교사만 포함되기 때문에 기간제 교사는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다면평가의 점수를 바탕으로 성과급 등급이 정해지기 때문에 모든 기간제 교사도 정량평가 기준에 따라 자신의 1년을 점수화하여 제출하게 된다. 이 점수를 바탕으로 S, A, B의 등급이 정해지고, 각각 차별화된 성과급을 다음 해에 받는다. 처음 기간제 교사로 채용되었을 땐 교사 성과급이 없었다. 성과급은 정교사 선생님들에게만 돌아가는 혜택이라고
수능 날 아침, 학교가 분주해졌다. 수능 응시생 중, 독감에 걸린 학생들이 예비 고사실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예비 감독 교사 중 2명이 수능 감독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능 전날 연수에서 미리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말씀하셨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셨겠지만, 같은 교무실을 사용하는 신규 2년 차 영어 선생님이 유난히 걱정하셨다.워낙 수능에 대한 응시생들의 민원도 많고, 선생님들의 역할도 중요하며, 학교에서는 준비과정도 길고 진행 순서도 정해져 있다 보니 그 부담감이 신규 영어 선생님에게는 사뭇
[예체능계열아님의 교육일기 85]우리 세 명이 국민신문고에 올린 교장의 갑질 신고는 모두 ‘해당 사항 없음’으로 종결되었다. 그 결과 통보를 받은 사람 중 누구도 결과를 수긍하기 어려웠다. 특히 은주 부장은 더 그랬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아주 오래 전부터 어떤 관리자와도 잘 소통하며 학교의 혁신과 전문적 학습 공동체 문화를 잘 일구어온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오죽하면, 얼마나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으면 갑질 신고까지 했을까?표현은 간단하게 “기획위원회 때 교장이 모든 부장들 앞에서 그 사람의 계획서를 들고 잘못되었다고 지적했고,
얼마 전에 수업 보기 모임에서 수업 컨설팅을 하면서 보았던 중학교 2학년 수학 교과 수업 과정과 내용을 소개한다.1. 성취기준 [9수04-16]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2. 교과서 구성신라의 천문학 교재로 사용됐던 중국의 책 ‘주비산경’에 두 변의 길이가 3, 4인 직각삼각형의 나머지 한 변의 길이가 5가 된다는 내용이 있다고 소개하며 시작한다.탐구학습으로 모눈 종이 위에 크기가 다른 직각삼각형 3개와 그 삼각형들의 각 변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를 구하고, 이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하게 하는
어느 금요일 학교 복도어느 반 교과 수업을 마치고 복도로 나왔다. 저 멀리 철수가 보인다. 다른 반 학생이다. 내 교과 수행평가를 두 개나 치르지 않은 학생. “철수야 수행평가 안 쳤지. 내가 계속 오라고 했을텐데. 오늘은 와야 해. 이 날 점심시간에 와“ ”안 되는데요. 저 다른 수행도 밀려 있어요.““방과 후에는?“ “저 학원 가야 하는데요? 다음주 월요일에 가면 안 돼요?“수행평가 점수 입력이 정말 임박했다. 나는 철수에게 오늘 와도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리고 철수에게 오늘 온다는 약속을 받았다.“몇 시에 올건데?
수능 주간이다. 학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으로 선정되어 정신없이 바쁘다. 시험실이 되는 교실의 청소에서부터 영어 듣기 평가 방송점검, 외부인의 출입 통제 및 시험 관련 서류 구비 등 시험이 잘 치러질 수 있도록 하나하나 준비 중이다. 그 준비의 과정에 내가 있다.수능업무를 맡아서 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올 초 업무 분장을 할 때 교무부서에서 일하게 된 내게 성적처리업무와 함께 수능업무가 배정되었다. 덜컥 겁이 났지만 학교에서 계속 근무하시는 정교사 선생님의 경우 이미 업무 분장이 끝난 상태였고, 새로 채용된 기간제 교사인 나
같은 교과 선생님께서 잠시 이야기 좀 하자고 하셨다. 그래서 얼른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데다 1년 가까이 같은 학년을 가르치고 있지만 아직도 어려운 분이셔서 시험 문제 출제 협의를 하거나 수행평가 채점 협의를 할 때마다 설명하기 힘든 거리감이 느껴졌던 분이시다. 그래서 따라나서는 마음이 불편하기 그지없었다.3학년 진로선택과목의 경우 개설반이 두 개 밖에 없었고 수행평가만으로 평가를 진행하며 나 혼자 가르치는 수업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수업을 구성할 수 있다. 학생들과 함께 소설을 읽고 인물을 분석하여, 같은 아
[예체능계열 아님의 교육일기 84]11년 전, 학교와 마을이 교육과정으로 함께 만든 축제는 당시 매우 시사점이 있는 일이었다. 얼떨결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후 여러 지자체와 교육청, 학교에서 연수 요청이 이어졌다.우리는 축제를 학사 일정에 포함했고, 마을과 학교가 함께 준비하고 실행했다. 학생들은 축제의 내용을 직접 기획했고, 새마을부녀회와 학부모회는 먹거리 부스를 맡았다. 체험 부스와 공연은 학교와 마을이 함께 채워나갔다. 축제 장소는 동네의 작은 공원과 학교 운동장, 그리고 화장실까지 모두 활용했다.축제는 동네 청년회가 ‘농자
학생들이 우르르 교무실로 찾아왔다. 교사를 꿈꾸는 동아리 아이들이었다. 동아리 활동 시간에 발표 자료를 만들기 위해 '교사가 되기 위한 길'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 유난히 눈을 반짝이던 예은이도 있었다.몇 년 전 비슷하게 동아리 활동 인터뷰 자료 제작을 이유로 학생 인터뷰에 응한 적이 있다. 미리 질문지를 받아 본 게 아니어서 학생의 질문에 바로바로 응답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수업과 관련된 질문이나 수업 시간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하냐는 질문엔 수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대
어느새 바람이 차가워졌다. 2025학년도도 기말고사를 남겨둔 채 그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3월 처음 학기가 시작할 때에는 이렇게 1년이 쑤욱 지나갈지 몰랐다. 시간이 너무 안 간다고 투덜거렸던 적도 있었다. 막상 이렇게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니, 찬바람이 내 마음에도 불어 닥친다. 나는 내년에도 일할 수 있을까?11월은 학교 선생님들이 전보내신을 신청하는 기간이다. 동일교 만기나 지역 만기가 되었을 때 학교를 옮겨야 하기 때문에 어느 지역으로 가고 싶은지, 학교에 계속 남고 싶은지, 교육과정으로 인해 다른 학교에 정
[예체능계열아님의 교육일기 83]마라톤 대회를 하루 앞두고 참가 학생들을 불러 출발 시간과 준비물을 안내했다. 단체 톡방에도 공지했지만, 끝까지 읽지 않은 학생이 있었다. 밤 12시 30분이 넘자 유민이가 “가방은 메고 뛰나요?”라는 질문을 톡방에 올렸다.대회 전날까지도 다섯 명의 학생이 모두 약속한 시간에 모일지 확신이 없었다. 마을 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9인승 차량으로 대회장까지 태워주시겠다고 제안하셨지만, 바로 답변을 드리지 못하고 마음을 졸이다가 토요일 저녁 늦게야 약속 시간을 알려드렸다. 혹시라도 누군가 나오지 않으면 30
[차선령의 교육일기 53]교실에 들어서니 녀석들이 난리다.“선생님, 강아지 한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어요. 주인을 잃은 것 같아요!”함께 나가보니 이쁘장한데 지쳐 보이는 강아지가 후문 쪽 자동차 밑을 돌아다니고 있다. 녀석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차에 깔릴 것 같으니 교실에 데려가요.”나는 정말로 난감했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는데,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다. 일단 미화원 선생님과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도망가는 녀석을 잡았다. 벌써 이름까지 지어진 쿠크(쿠키앤크림)에게 새로 사 온 가슴줄을 채워 운동장
그날은 내가 좀 이상했던 것 같다. 아니,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으랴. 나는 교사가 지나치게 친절하면 오히려 배움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구가 필요하면 학생들이 직접 만들게 하거나, 최소한의 재료만 준비해 가서 학생들이 완성하게 한다.그날도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기본 자음자와 가획을 준비했다. 코팅한 종이에 적힌 기본 자음자는 7반 학생들이 오렸고, 가획은 5반 학생들이 오려서 원리를 탐구한 뒤 종이 봉투에 넣으면 다른 반 학생들은 오리는 작업 없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하
[수업 이야기 연속 기획] 교사에게 수업은 가장 중요한 책무입니다. 수업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실제 교실 수업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내가 경험한 좋은 수업의 중심에는 늘 ‘좋은 관계’가 있었다. 수업이 교사의 가르침에만 초점을 맞출 때, 학생은 그저 훌륭한 청자가 되면 그만이다. 하지만 훌륭한 청자가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교사조차도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청자인 학생은 화자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적절한 반응을 하고, 중요한 내용을
[예체능계열아님의 교육일기 81]즐거운 명절 연휴인데 어두운 이야기를 해야겠다. 지난 주에는 나와 미순 부장이 각각 조사를 받았다. 학부모회의 갑질과 품의 건에 관한 신고 때문에 이루어진 조사였다. 은주 부장을 조사했던 장학사와 달리, 내 장학사는 비교적 학교 구성원에게 알려지지 않게 사안을 진행하는 듯했다.내가 신고한 건은 3월에 학부모회장과 1학년 부장이 아버지회 활성화를 위해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공모 신청을 교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재를 거부했던 일과, 2학기 전체 교직원 연수에서 교장이 청렴 연수를 진행하며 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