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 EBS 듣기평가 채택 저조" 이유
"영어 듣기 교육 일부를 현장 교사 의견 수렴 없이 무작정 폐지" 비판도
경기도교육청이 EBS영어듣기능력평가를 중단하고 '경기 미래형 영어 의사소통 역량 함양 프로그램'이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년 1학기부터 보급하기로 했다.
EBS 영어듣기능력평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서울특별시와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하고 15곳이 공동으로 주관한다. 2007년부터 시행됐으며 중고등학생의 영어듣기능력을 1년에 두 차례 평가한다. 서울과 세종은 자체 제작한 영어듣기능력 평가를 치른다.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학교에서 EBS영어듣기능력 평가 활용률이 떨어지고, 듣기평가로 다른 교과 수업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를 들어 내년도 EBS영어듣기능력평가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관련 예산은 3800만 원 규모다.
24일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소속 이자형 의원은 교육언론[창]과 통화에서 "오늘 관련 예산 질의가 있었다"라며 "경기도교육청이 내년도 EBS 영어듣기능력 평가 시도분담금을 편성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신 경기도교육청은 미래형 영어 의사소통 역량 함량 프로그램을 개발해 8700만원 정도의 예산을 따로 편성했다"라며 "도 교육청은 영어 듣기 등 의사소통 능력을 교육과정 안에서 풀어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자형 의원 말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은 올해 개발을 마치고 내년 초 교사 연수를 거쳐 내년 3월부터 각 학교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자형 의원은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제도가 바뀔 수는 있지만 이 과정에서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절차상의 부족함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도 교육청은 이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지난 8월 도내 중고등학교 영어 교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한 학교당 한 명의 의견만 들었다.
이 의원은 24일 예산심의에서 교육청 관계자에게 "도내 영어교사 수가 굉장히 많은데 극히 일부의 의견만 들은 것에 대해 문제제기 했고, 이어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것에 있어 내년에 한꺼번에 배포하기 보단 시범운영기간을 두고 평가한 후에 학교 현장 적용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은데 당장 대안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EBS영어듣기평가를 폐지하는 건 교육현장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실제 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영어교사 A씨는 교육언론[창]과 통화에서 "EBS 영어듣기평가 폐지에 대해서 그동안 공문 한 장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폐지한다고 해서 당황스럽고 화가 좀 나기도 한다"고 밝히고 "2022교육과정을 보면 영어교육의 네 가지 기능이 있다.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고르게 아이들에게 교육시키는 게 목표다. 그런데 듣기 교육의 일부를 폐지한다는 것은 현재 임태희 교육감이 주장하는 수능 영어듣기 폐지와도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영어교육이 영어와 쓰기 위주의 입시교육으로 완벽히 전락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임태희 교육감은 "수능 영어듣기 평가가 까다롭고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라며 수능 영어듣기 평가 폐지를 주장하고, 나아가 폐지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반대의 의견도 있다. 인천 소재 고등학교 영어 교사 B씨는 "EBS 영어듣기능력 평가가 수능시험처럼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러지다 보니 시험시간에 영어 아닌 다른 교과 수업이 있으면 해당 교과 선생님의 양해를 구하고 시험을 운영해야 한다. 시험 여부를 학교 재량에 맡기다 보니 채택하는 학교도 적고, 수행평가 방식도 다양해져서 이 평가를 수행평가에 반영하는 경우도 적다. 실질적으로 쓰이지 않아서 EBS 영어듣기평가를 폐지한다는 개인적인 생각으론 일리있는 말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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