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강원도 현장체험학습 인솔교사 유죄 판결
교원단체 "예측 불가한 사고를 못 막아서 유죄? 교사가 신(神)인가?"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14일 오전 10시,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불의의 사고에 대해 인솔교사에게 유죄(금고6월 선고유예)를, 보조 인솔교사에게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버스기사는 금고 2년을 받았다.ⓒ연합뉴스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14일 오전 10시,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불의의 사고에 대해 인솔교사에게 유죄(금고6월 선고유예)를, 보조 인솔교사에게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버스기사는 금고 2년을 받았다.ⓒ연합뉴스

강원도 현장체험학습 인솔교사가 유죄를 판결 받았다.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14일 오전 10시,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불의의 사고에 대해 인솔교사에게 유죄(금고6월 선고유예)를, 보조 인솔교사에게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버스기사는 금고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이 사건은 지난 2022년 속초로 현장체험학습을 온 춘천 A초등학교 학생 B가 현장체험학습장 주차장에서 이동하던 중 전진하는 버스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B학생의 담임교사는 학생 하차 및 이동 과정에서 학생에 대한 주의를 다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아 재판장에 섰다.  1심에서는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 2심에서는 금고 6월에 선고유예를 받았다.

재판부는 "인솔교사로서 피해자가 현장체험 학습 장소 내에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주의의무를 기울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생 대열 전방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학생들을 인솔하여 피해자가 학생 대열에서 이탈하게 된 상황에서, 마침 주차를 위하여 움직이던 이 사건 버스가 피해자를 충격해 사망에 이르도록 했다"라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와 그에 따라 12세의 어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결과가 매우 중하다"라면서도 "다만 피해자가 사망한 원인에는 버스운전사의 과실이 있다는 점을 참작해 "피해자의 사망 결과에 대해 피고인에게 전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행위책임의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봤다.

"교직 유지 판결은 다행이나 어쨌든 유죄..실효성 있는 교원 면책기준 필요"

교사단체는 이번 판결이 "사실을 외면한 부당한 판단"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강원교사노조는 "교사가 버스에서 내려 학생 인원을 점검하고, 선두에서 인솔해 이동한 시간은 불과 20여초였다. 버스 주변에서 사고를 목격한 동료기사가 버스를 두드려 세웠음에도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 그런 사고를 선두에서 학생을 인솔하던 교사가 뛰어가서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인지 오히려 재판부에 묻고 싶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실제 현장에서 블랙박스 영상을 바탕으로 재연한 결과, 버스 이동거리는 최소 9m 이상이다. 

노조는 " 이번 판결은 교육 현장에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예측할 수 없는 사고 앞에서 교사는 언제든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절망감을 남겼다"라며 "교사의 책임을 벗어난 영역까지 교사에게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그 어떤 교사도 학생과 함께 학교 밖 교육활동을 위해 나설 용기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학교 안전 사고의 예방, 대응, 사후 지원 주체는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사노조연맹은 "재판부는 교사가 학생 대열 전반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학생을 인도했기 때문에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라며 "교사가 모든 상황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은 교사에게 매우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학교안전사고에서 교사의 주의의무를 불가항력적 상황까지 적용한다면 교육활동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불의의 사고로 교사가 오래 재판을 받는 현실이 교육적으로 옳은 방향인가"라고 자문, "교사가 안전하게 교육하고 학생이 자유롭게 배울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적 합의와 보완"을 요구했다.

전교조는 "교직을 이어갈 수 있게 한 항소심 재판부 판결은 다행이나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결과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선고유예라 하더라도 결국 유죄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지난 1심에선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판결받았다. 2심에선 집행유예가 아닌 선고유예를 판결받았으므로 2년의 유예기간 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해당 교사는 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전교조는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학교안전법의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만으로는, 현장재판에서 교사가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교조는  실효성 있는 교원 면책기준을 두고, 교육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한 최종 책임은 국가와 교육 당국이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체험학습은 의무가 아닌 학교와 교사의 자율적 선택이어야 한다는 점, 현장에선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고 지원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여건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현장체험 가라고 강요하는 분위기..책임지지 않는 자들은 요구 말라"

초등교사노조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외 현장체험학습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노조는 "현장체험학습은 법적으로 필수 교육과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언제든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과도한 법적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이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현재의 구조에서는 교사들이 교육자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보다, 법적 위험 속에서 스스로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체험학습은 민주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초등노조의 지속적인 요구"라며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교장과 학부모들이 실질적인 교육적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체험학습을 압박하거나 요구하고 있다. 흔히 “추억을 위해” 진행되는 교외 현장체험학습이 교사의 헌신과 학생들의 안전을 대가로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책임지지 않는 이들은 그 무엇도 요구할 자격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전국특수교사노조는 "특수교육 현장은 예측 불가능성이 더 크다"라며 "비장애 학생보다 사고 위험이 구조적으로 더 높다"는 점을 알렸다. 또한 많은 지역에서 특수학생들이 원적학급과 함께 현장체험학습을 감에도, 관례적으로 특수학급 체험학습을 별도로 실시해왔고 체험학습을 하지 않는 경우 실시를 강요받는 경우도 있다는 상황을 밝혔다. 특교노조는 "이는 학생 안전을 위협하고 교사에게 위험을 중첩시키는 비민주적 관행"이라며 "특수학급 체험활동은 결코 강요돼선 안되며, 학생과 교사의 안전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교육적 판단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대구교사노조는 "이런 상황에서도 대구시교육청은 학교 현장에 다양한 형태의 교외 현장체험학습 추진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라며 "특히 대구에선 전국적으로 유례가 드물고 위험 요소가 많은 숙박형 체험학습까지 병행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판결이 대구의 현실과 결합하면 결과는 더욱 분명해진다. 제도는 허술한데 정책은 강제되고 법적 책임은 오직 교사에게만 집중되는 위험한 구조가 만들어진다"라며 "이 상태에서 체험학습을 추진하는 건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학교안전법 개정안 통과됐지만..교원 10명 중 7명 "법은 교사 보호 못할 것" 

한국교총은 "이번 판결은 교사에게 사실상 무한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현장체험학습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고 "교총 설문조사에서 교원 81.8%가 현장체험학습 ‘중단·폐지’를 요구하고, 72.7%가 개정 학교안전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 우려한 현장의 목소리가 현실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과연 사후조치 중심의 규정만으로 실제 면책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라며 "교원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분명한 면책 요건과 기준이 반드시 법령에 담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학교안전법 개정안(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면책 기준을 안전사고관리 지침에 따른 경우로 명확하게 하고, ▲현장체험학습 등 학교 밖 교육활동을 함께 준비하는 보조인력도 면책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개선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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