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모욕죄 집단 고소에 교사 500여명 동참, 19일 경기교사노조 도청 앞 기자회견
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 영상 사태와 관련해 대한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이 개인 SNS에 사과문을 올리고있다. 대한교사협회는 지난해 창립한 단체로 4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쏭쌤'으로 알려진 송성근 씨가 이 단체의 회장이며, 이번 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 영상의 제작을 맡았다. '쏭쌤' 계정의 팔로워는 8만 6000명이다.
송성근 회장은 18일 '쏭쌤' 계정에 대한교사협회 명의의 사과문을 올리고 개인적 사과문을 덧붙였다.
송성근 회장은 "인디스쿨에서 받은 좋은 자료들에 늘 감사했다"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가 교육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건강한 교직 생태계를 만들고 싶었다"고 대한교사협회 창립과 운영 배경을 밝혔다. 이어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욕심만 앞섰고, 그러다 보니 교육의 본질과 현장 선생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잘못된 영상이 나왔다.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다"라며 거듭 사과했다.
송성근 회장의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동료 교사들의 비판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교사를 대표하는 협회도 아니면서 대한교사협회라니, 전체 교사의 1%도 안 되는 사람들이 전체 교사의 뭐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는 거 불편하다. 단체고소에 동참하겠다" "협회 이름부터 바꿔라"는 의견 일색이다.
한 팔로워는 "뭐든 과하면 이렇게 되는 것 같다. 선생님(송성근 회장)이 판매하는 물건도 사고 그랬는데 어느 때부터 과하다 싶었다. 교사들 상대로 돈을 버시려는 것 같은데 제 착각인가 싶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 송성근 회장은 개인 온라인 마켓을 열어 교육자료를 공유하기도 하고 직접 쓴 책을 비롯해 각종 교안을 판매하는 링크를 게시하기도 했다.
이번 영상에 직접 참여한 교사 인플루언서 '하랑쌤' 황 모 교사도 3만 8000명이 팔로우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과문을 올리고 "부적절한 내용으로 선생님들께 너무나 큰 고통과 피해를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황 교사는 "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정한 평가를 위해 애쓰는 중등 선생님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대본을 받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내용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바로잡지 못했고, 영상 송출 직후 선생님들 우려의 목소리가 들릴 때 교육청에 해당 내용을 전할 기회가 있었지만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전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교사라는 이름을 걸고 만드는 컨텐츠들이 가진 무게를 인지하지 못하고 묵묵히 교실에서 아이들을 지키고 계시는 선생님들의 노력을 가볍게 만든 점 죄송하다"라며 이 사안에 책임지고 경기도교육청 홍보대사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대한교사협회 소속 회원이라고 밝힌 한 초등교사 인플루언서는1만 3000명이 팔로우하는 자신의 계정에 "이번 논란의 중심이 된 선생님들도 인플루언서이기 이전에 학교에선 아이들과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교사일 것이라 생각한다. 언급된 분들과 개인적 친분 전혀 없지만 대한교사협회 회원으로서 지켜본 모습은 일부에서 비춰진 것처럼 학생을 수단화하며 오로지 자기 홍보에만 급급한 모습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촬영 수당이 최대 6명이 85만원을 나눠 받는 구조였는데, 개인적 짐작으론 협회 내부 지원자가 많지 않아 임원들이 직접 나서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돈에 눈이 멀어 촬영했다'는 비난이 교사들에게 상당히 상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 교사는 '교사가 SNS를 하는 게 맞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유려한 글 솜씨로 몰입감 넘치게 학교 이야기를 전하는 분들, 유머러스함으로 학교 밈을 만들어 웃게해주시는 분들, 알찬 학교생활 팁을 전해주시는 분들, 자신의 교육 철학을 공유해주시는 분들이 가진 능력이 대단하고 부럽다"라며 "그 능력 역시 교사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나 교육 외적인 개인적 이익을 위해 교사 타이틀을 활용하는 모습은 경계해야 하지만, 아이들을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교사 본연의 마음만 지킨다면 다양한 방식의 활동을 응원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한 팔로우의 "협회 총회에서 논의하라"는 반박에 "이 사안이 종결되면 대교협을 탈회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터질 게 터졌다는 의견도 있다. 하랑쌤의 사과글에 한 누리꾼은 "초등교사들은 유튜브를 내려놓으셨으면 한다. 솔직히 이런 비슷한 일이 좀 있었다"라며 "아슬아슬하다"고 경고했다. "'교사팔이' 그만, 본업에 충실하라"는 글이 이어졌다.
한편 경기교사노조는 "경기도교육청의 동영상은 교사 조롱을 넘어 교권 침해, 교사 능욕"이라며 교사들이 직접 모욕죄로 집단 고소하겠다고 밝히고 19일 오후 4시 경기도교육청 앞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황이다. 경기교사노조 김희정 대변인은 교육언론[창]과 통화에서 "이틀만에 500여명의 교사들이 집단 고발에 참여한 상황"이라며 영상 제작 전 과정에 대한 조사, 책임자 징계, 구조적 재발대책 마련, 이번 사건을 공식 교권침해 사례로 인정하고 개선안 제시 등을 요구하는 상황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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