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고교학점제 시행 첫해 학생·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교원3단체 설문조사 대표성과 조사 방식에 문제 제기하며 "현장과 괴리" 지적

교육부가 26일 고교학점제 시행 첫해 학생·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학생과 교사의 만족도가 각각 63.7%, 77.0%로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교조, 교사노조연맹, 교총은 "현장이 인식하는 것과 괴리가 큰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설문조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전국 일반고 160개교를 대상으로 ‘학교 교육과정, 과목 선택 지도,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에 대한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것이다. 응답자는 고1 학생 6885명과 교사 4628명, 총 1만 1513명이다. 

조사 결과 학생 74.4%는 '희망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응답했고, 63.7%는 '선택과목이 진로와 학업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교사 79.1%는 학교에서 학생이 원하는 과목이 충분히 개설된다고 봤고, 이 문항에 대해 동의한 학생은 58.3%였다. 개설 선택과목에 만족하는 학생 비율은 58.4%로 나타났다. 

‘학생의 과목 선택에 있어 학교, 교사의 상담 및 지도에 대한 만족’ 조사에서는 62.0%의 학생이 학교가 제공하는 진로와 학업 설계 지도에 대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2.3%의 학생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진로 탐색의 기회(진로 검사, 상담 등)가 자신의 진로와 학업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에 대해선 학생 67.9%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고, 이 문항에 대해선 교사 70%도 동의했다. 교육부는 "교사와 학생 모두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교육부가 26일 고교학점제 시행 첫해 학생·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학생과 교사의 만족도가 각각 63.7%, 77.0%로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교조, 교사노조연맹, 교총은 "현장이 인식하는 것과 괴리가 큰 결과"라고 지적했다. 평가원 설문조사 문항 일부 갈무리.
교육부가 26일 고교학점제 시행 첫해 학생·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학생과 교사의 만족도가 각각 63.7%, 77.0%로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교조, 교사노조연맹, 교총은 "현장이 인식하는 것과 괴리가 큰 결과"라고 지적했다. 평가원 설문조사 문항 일부 갈무리.

교육부 설문조사는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조연맹, 교원단체총연맹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사뭇 다르다.

교원단체 설문조사에선 교사 10명 중 9명은 고교학점제의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가 학생의 성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않는다고 봤고, 과목 선택에 대한 고민으로 학생들의 진로 스트레스가 크다고 평가했다.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지역 간, 학교 간 교육격차가 심해졌다고 봤으며, 현행 졸업 이수 기준인 학업성취율 40%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교사들도 55.2%였다. 교원단체 설문조사에는 전국 고교 교사 4060명이 응답했다. 

아울러 교원단체가 고등학생 16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고등학생 10명 중 6명은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 학생을 '문제아'로 인식한다고 응답했으며, 이 지도가 학생의 학습과 성장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25.3%에 불과했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학생 간 서열과 경쟁의식이 강화된다에 동의한 학생은 74%였으며, 10명 중 3명 꼴로 자퇴를 적극적으로 고민했다고 밝혔다. 

교원3단체는 26일 교육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현장 교사들에게 상당한 이질감과 당혹감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학교 현장의 복잡한 현실이 단순한 만족도로 축소되고 일반화됐다"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현장 의견'이란 이름으로 정책에 활용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교원3단체는 이 설문조사의 대표성과 설문조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평가원이 설문조사를 실시한 학교 수는 160개교로 전국 일반고의 10%에 해당한다. 단체는 "고교학점제 같은 중대한 정책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대표성과 현장성에 대한 기본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실제 학교 현장에선 해당 설문을 경험했거나 구체적인 진행 과정을 알고 있는 교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공동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이어 교원3단체는 "설문 문항의 구성 역시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문항이 제도 자체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 ‘나 자신’, ‘우리 학교’, ‘우리 선생님’ 등 개인과 소속 집단의 노력, 헌신을 묻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단체는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와 관련하여 “나의 보충지도 운영이 학생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우리 학교 선생님은 나의 학습 수준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가”와 같은 문항은 제도의 구조적 타당성이나 정책의 적절성을 묻기보다, 개별 교사와 학교 구성원의 책임감과 성실성을 묻는 성격이 강하다"라고 꼬집었다. 

교원3단체는 "교사들은 제도의 문제점과는 별개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노력이나 학교의 노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을 하기 쉽지 않다. 학생들 역시 자신을 지도하는 교사를 평가하는 문항에 대해 비판적 응답을 하는 데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는데, 실제 이 설문조사에서는 학생들에게 학교명, 학년, 학번, 이름, 휴대전화번호 기입을 요구했다고 알려진다. 

이어 "아울러 학교 현장에서는 정책 관련 설문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을 할 경우 향후 행정 업무나 정책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존재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라며 "특히 공동교육과정, 온라인학교,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등과 관련된 문항에서 “충분하지 않다”,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할 경우, 이후 더 강도 높은 정책 집행이나 추가 업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솔직한 응답을 피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교원3단체는 "고교학점제는 이미 학교 현장에 상당한 부담과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중대한 제도이다. 설문 결과의 숫자만을 근거로 ‘현장의 만족도가 높다’는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왜 이러한 결과가 실제 현장의 체감과 다르게 나타나는지, 그 배경에는 어떤 구조적 요인이 존재하는지 교육당국이 더욱 신중하게 성찰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고교학점제의 전면 재검토를 재차 요구했다.

경기도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설문조사는 문항 설계와 표집 구성에 따라 사뭇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며,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는 교육부나 반대하는 교원단체가 아닌 ,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전문가에게 의뢰해 심층적인 조사와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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